성민의 지식창고
공식적인 취업정보경로가 직업 가치관에 미치는 영향 본문
구직자가 인식하는 기회불평등과 직업선택 가치관의 관계는 취업정보경로의 성격에 따라 더 강화되거나 완화될 수 있다. 앞서 기회불평등이 구직자의 직업선택 가치관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설명이 되었다.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 취업정보경로가 구직자의 직업선택 가치관에 미치는 영향이 개인을 둘러싼 관계망 안에서 서로 연결된다는 사회적 관점을 통해 설명되었다. 그렇다면, 기회불평등과 취업정보경로가 함께 직업선택 가치관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적 관점, 사회적 관점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심리적 요인들이 함께 작용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직업탐색이론에 따르면 근로자와 기업은 서로 가장 좋은 매칭을 탐색하여 고용이 결정되며, 이것은 기존 완전경쟁시장 이론에서 수요와 공급이 있다면 바로 매칭이 된다고 가정되는 즉각적인 매칭과는 대조된다. 그러므로 노동시장에서 청년구직자의 직업탐색과 기업의 구인활동이 매칭되기까지는 다른 중년층 구직자에 비해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데, 다양한 직업탐색활동을 통해 직업선택에 대한 가치관을 형성하고 관련 경험과 경력을 쌓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청년구직자 개인이 취업에 필요한 정보를 자발적으로 탐색 및 습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정보를 습득한 후, 그 중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확증편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니커슨(Nickerson, 1998)은 확증편향을 ‘진리에 대한 여부가 불확실한 가설이나 혹은 자신의 믿음을 부적절하게 강화하는 행위'라고 하였다. 그러니 확증편향은 선호하는 가설에 뒷받침되는 정보를 수용하며, 반대되는 정보는 도외시하는 무의식적 인지 과정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취업난 속에서 시장에 대한 부정적 정보들이 우세할 때, 구직자 개인은 확증편향의 일종인, 터널 속처럼 시야가 극도로 좁아지는 편향성을 뜻하는 터널 비전(Tunnel vision) 등으로 인해, 초기에 강하게 인상을 받은 정보와 심증으로 비슷한 성격의 사건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져, 부정적 취업전망을 가질 가능성이 높으며, 직업선택에서 안정, 생존 지향적인 결정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인생에서 학생 신분에서 직장인으로 사회적 지위에 변화를 겪으며 생애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되는 청년구직자의 경우, 부정편향(Loss-aversion)이 직업선택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의 대표이론 중 하나인 부정편향이란 같은 금액이라면 손실을 이익보다 훨씬 더 크게 느끼는 현상을 가리킨다. 즉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잃는 것에 대해서 더 크게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Kahneman & Tversky). 부정편향에 영향을 받을 때, 개인은 현 상태를 유지하려 하며 기본값에서 무언가를 잃는 것에 굉장히 민감해진다. 이에 따르면 청년은 구직에 있어, 해당 직업에 대한 취업선택으로 인해 얻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잃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기 때문에, 경제위기나 취업난 속에서 취업에 관한 공식적인 채널들로부터 부정적인 정보들이 만연할 때,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인 자원적 불평등과 결과적 불평등에 대한 인식 기제가 증폭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공식적 취업정보경로의 경우, 대중들이 가장 쉽게 정보를 취득하는 경로가 언론 보도인데, 특종을 추구해야 하는 언론 보도의 특성상 프레임과 관련한 주관성이 개입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끌어야 하기 때문에, 경각심, 공포심, 위기감 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선정적인 표현들을 사용할 요인이 존재한다. 실제로 1996년 10월 27일자 MBC의 뉴스데스크 보도에서는 “올해 취직시험 경쟁률은 3:1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입니다”라는 보도를 하며, 이는 현 상태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낮은 취업 경쟁률 수치인데도 불구하고, “좁은 문”, “취업비상”이라는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과 헤드라인을 활용했다. 이러한 현상과 함께 부정편향은 현상유지 태도를 가지게 하고, 청년구직자는 성취나 도전이 아닌 안정 그리고 생존을 하기 위한 선택을 해, 직업선택에 있어서 성취 지향적이 아닌 안정 지향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한다고 볼 수 있다.